마스터 마인드는 제 연구실 수술대에 누워 있는 남성을 내려다보았다. 살짝 짙은 색의 피부, 근육 잡힌 단단한 신체, 단정한 흑발, 감고 있는 두 눈, 그리고 그 왼쪽 어깨에 달린 금속체의 기계 팔. 남성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마마는 그의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



 "...자냐?"

 "......"



 남성, 블레이드 마스터의 숨소리는 규칙적이다. 몇 번을 더 불러 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마스터 마인드는 만족하며 손에 쥐고 있던 주사기를 은색의 플레이트에 내려놓았다. 안에 든 것은 수술용 수면 마취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둘러대며 그를 재운 흔적이었다. 지금쯤 깊은 꿈나라 속에서 이곳저곳을 헤메고 있겠지. 마마는 두근거리는 심장에 손을 올리며 입고 있던 흰색 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



 시선을 힐끗 돌려 수술대에 묶인 블마의 손목을 확인했다. 벨크로 형태의 벨트로 단단히 묶여 수술대에 고정된 오른손목, 반대쪽 나소드 핸드는 기능을 정지시켜 놓았으니 문제 없다. 마마는 조심스럽게 블마의 허리께에 손을 올려 원피스 형태의 환자복 매듭 끈을 풀어냈다. 금방 들춰지는 빳빳한 옷감. 그 안으로 보이는 가슴.



 정밀 검사니까 이걸로 갈아입어. 수술실에 그를 데려오기 전 했던 말이 떠오른다. 블마는 가만히 그 옷을 받아들며 물었다. 속옷도 벗어야 하는 건가? 마마는 그만 평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안의 옷은 제대로 입고 갈아입으라고! 다 입었으면 입 다물고 왼쪽 계단으로 내려와.



 마마는 블마의 표정을 보지도 않고 홱 돌아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바로 옆 벽에 붙어 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화 낼 일이 아니었는데. 자신의 욱하는 성격이 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굳게 닫힌 문에 귀를 가져다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갈아입고 있는 건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갑자기 덜컥, 하며 문이 열렸다. 마마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아니, 쓰러질 뻔한 제 몸을 블마가 안아 지탱하고 있었다. 놀랐나 보군. 미안하다. 진지한 얼굴로 사과하는 블마의 팔을 그는 도리어 밀쳐냈다. 그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을 담았다. 마마는 소매를 탁탁 털며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너와 다르게 난 이미 소독 끝냈다고. 만지지 마. 마마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



 지금은 눈을 마주칠 수 있다. 비록 블마는 잠에 빠져 눈꺼풀이 굳게 닫혀 있지만, 마마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편이 더 고맙다. 블레이드 마스터는 마마가 그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스러워한다라 알고 있을 것이다. 마마는 자신이 그에게 품은 비뚤어진 애정을 들키지 않게, 비밀스러운 손길을 향한다.



 그는 천천히 블레이드 마스터의 얼굴 윤곽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목을 타고 가슴으로 넘어가, 허리선을 따라 골반에 다다른다. 손바닥을 펼쳐 허벅지를 쥐었다. 단단하다. 마마는 자신의 입꼬리가 자꾸만 휘어지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수술대 위로 올라 마마는 블마의 양쪽 다리를 잡았다. 자고 있는 남성의 몸은 마마의 손에 가만히 순응하며 움직이란 대로 벌어진다. 마마는 숨을 들이킨다. 미동도 하지 않는 블마의 온갖 것이 전부 제 것인 양 사랑스럽다. 그래서 마스터 마인드는 그의 안으로 제 사랑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