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벨은 추운 연말에도 손을 비비며 퇴근길을 걷는다.
익숙한 네온사인 전광판들과 가게들을 지나쳐, 그는 자신의 주택으로 향하는 골목에 발을 내딛었다. 매일 보는 골목인데도 가로등이 몇 서있지 않은 탓인지 아벨 자신도 밤길을 걸을 땐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을 받곤 했다.
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사는 주택 대문에 도착한 아벨은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곧 익숙한 모양의 열쇠가 잡히자 아벨은 안도하며 문고리에 열쇠를 끼워 넣었다. 찰칵,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끼익 문이 열렸다. 새해가 되기 전에 경첩에 기름칠을 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순간, 무언가 차가운 것이 아벨의 후두부를 치고 지나갔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텅 비어 있는 어두운 골목길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이번에는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확실했다. 전봇대 옆 쓰레기 버리는 곳.
아벨은 서류가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도둑이면 어떡하지? 집에 있는 후라이팬이라도 가져 와야 하나? 그는 잔뜩 경계하며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아벨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겨우 다스리고는, 휴대폰 후면 라이트를 켜 곧바로 쓰레기 더미를 비추었다.
"와아악!"
"히익!"
쓰레기비닐 사이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언가가 튀어오르듯 나타나 아벨에게 달려들었다. 아벨은 그 무언가에 떠밀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거의 기절 직전까지 몰려 자신을 와락 끌어안고 함께 넘어진 무언가를 떼어낼 기운조차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친 것인지 턱뼈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는 덜덜 떨며 넘어진 탓에 놓친 휴대폰을 다시 손에 쥐고, 삐걱이는 목을 겨우 돌려 제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바지가 내려갈세라 꽈악 붙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람, 아직 어린 소년의 몸집이었다. 약간 꾀죄죄한 옷과 긴 손톱, 옷 사이로 살랑거리는 파란 털뭉치. 그리고 파란 머리카락 위로 쫑긋 솟아있는 귀. 아벨은 제 눈을 의심했다.
"...고양, 이?"
"고양이 아니야. 난 시호야."
"......아니, 여우...?"
"오! 너, 눈썰미 좋은데? 여우... 아니라고! 시호라고 불러!"
로 시작하는 아벨시호 또는 시호아벨. 뒷산 공원에서 작은 동물을 먹고 살다가 이번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시내로 내려온 여우 소년 시호와 바쁜 직장 생활에 쫓겨 여유를 잃고 살아가고 있던 평범한 샐러리맨 아벨과의 만남을 그리고 싶다.
일단 불쌍해서 데려왔긴 했는데. 첫날부터 자기는 바닥에 곱게 깔린 이불더미 발견해 휙 뛰어들어가서 팔 다리 꼬리 다 뻗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 시호를 보고 아벨은 앞날이 순탄치 않을것임을 느낌.
아니나다를까 버르장머리 없고 안 그래도 좁은 집안 곳곳을 어지럽히며 아벨의 속을 썩이는 통에 아벨은 마트에 들러 개목줄과 입마개를 사 몰래 가방 안에 넣고 집에 온다. 난장판이 된 방에서 세상 좋아라 배 까고 자고있는 시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마개를 확 씌운다. 날벼락 맞은 시호는 벌떡 일어나지만 아벨은 그대로 목줄을 채워 막 잠이 깨려고 하는 시호를 끌고 베란다로 내보낸다.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 베란다 유리를 벅벅 긁으며 으르렁거리는 시호와 잔뜩 할퀴어져 피가 송글송글 맺힌 팔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는 아벨이 포인트. 오랫만에 이불 위에서 꿀잠을 자... 려고 눕지만 그새 또 미운정이 들었는지 베란다에 내보낸 시호가 걱정스럽다. 베란다도 추울 텐데. 아벨은 결국 일어나 불을 켜고 시호에게 앞으로 방 어지럽히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을 시키고 다시 안으로 들인다.
이후로 아벨의 피눈물나는 생활+예절교육 시작. 매일 밤마다 수저 예쁘게 쥐는 법, 이불 개는 법, 빨래 개는 법 등 혼자 오래 살아 생활력 200%인 아벨에게 가르침을 받는 시호. 어른한텐 높임말을 써야 한다며 열심히 언어예절 수업을 받다, 왜 아벨은 나같은 어린애한테도 요를 붙이냐는 질문에 버릇이라는 대답을 듣고 그럼 나도 반말이 버릇...! 하다가 한대 맞는 것도 포인트.
눈이 많이 오는 주말, 창밖을 바라보며 신나하는 시호를 보며 그럼 나가서 눈사람이라도 만들래요? 하고 제안하는 아벨. 눈은 밟고 뛰어다니기만 했지 그런 놀이는 안해본 시호를 데리고 골목으로 나가 눈을 굴리며 눈사람을 만든다.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새벽에 갑자기 끙끙거리는 시호의 신음에 눈을 뜬 아벨은 펄펄 끓는 시호의 열에 깜놀하며 수건에 물을 묻혀 시호의 이마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열이 안 떨어져서 옷을 좀 벗겨다가 팔도 식히고 배에도 수건 올려서 식히고 온 정성을 쏟아 간호함. 그러다 아벨도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옆에 쓰러지듯 잠에 빠짐.
끄으응 하면서 일어난 시호는 제 옆에 불편하게 잠든 아벨과 제 이마에 놓인 수건을 보고 새벽까지 간호해줬구나 하며 감동먹음. 아벨의 자는 모습을 구경하며 머리카락을 만지려다가 커다란 제 손에 놀라 화들짝 일어남. 팔도 길어지고 다리도 길어지고. 급격한 성장기를 거쳤다고 하자. 아벨을 흔들어 깨우자 아벨도 눈을 게슴츠레 뜨다 놀라고. 나란히 서서 화장실 거울로 보니 체격도 키도 시호가 더 커짐. 역시 동물의 피가 섞여서 그런 건지 듬직하네요. 하는 아벨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시호.
사실 아벨이 그동안 이러저러 많이 가르쳐줬고. 자길 데려다 키워주는 동안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아벨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이다음에 크면 아벨보다 더욱 커져서 내가 아벨을 보살펴줘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시호는 슬슬 이 생각에 시동을 걸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함. 아벨에게 배운 생활요리 +a로 요리책 보고 배운 고급 고기 요리라던지. 키가 작아서 싱크대에 닿지 않았던 손이 이제는 아벨보다 커져서 설거지 제가 할 수 있어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아벨에게 커피 타주고 쉬게 한다던지.
커다래진 시호. 그래도 아벨은 자길 애 취급 하는 것이 시호는 한편으로 내심 불만스러움. 자길 이제 어엿한 1인분으로 봐 줬음 좋겠는데 아벨은 아직도 귀엽다 어리다 이런 말 하니까. 그러다 갑자기 동물......의 발..정기가 와버린것. 자기도 잘 몰라서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벨을 보면 막 몸이 가려운 것 같고, 아벨을 가지고 싶고, 채우고 싶고. 그래서 했다.
싫다고 울면서 시호에게 깔리다 그대로 정신을 놓고 잠든 아벨. 다음날 아침, 시호가 흔들어 깨워 일어나 제정신을 차린 아벨은 우물쭈물거리는 시호의 뺨을 때린다. 시호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싹싹 빌면서 아침 차려놧으니 먹고 가라고 하지만 매몰차게 거절하고 쑤시는 몸을 이끌어 욕실로.
씻고 겨우겨우 출근했지만 밤사이 시호와 그거 했다는 생각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는 것. 점심시간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옥상으로 나와 휴대폰을 들고 집으로 전화를 할..까말까 하다 그냥 휙 내려온다.
집중 부족으로 평소 퇴근보다 늦게 나온 아벨은 하얀 입김을 뿜으며 기다리고 잇는 시호를 발견. 모자에 롱 파카까지 사람으로 보이는 데에는 문제 없지만 아벨은 화를 내며 무슨 낮짝으로 여기까지 찾아왔냐며 화를 내지만 시호의 진심어린 사과와 고백에 입을 다문다. 하지만 바로 대답이 나오지는 않음. 화해는 잘 됬지만 이도저도 아닌 약간 어색한 관계가 지속된다.
이 뒤로 잇기 힘든데... 뭔가 안 떠올라서 그만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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